김용범 빠진 '레버리지 국감'...책임 추궁 한계(종합)
사과한 이억원 "금융위가 도입 결정...적법 절차 거쳐"
도입 경위·위험 평가 놓고 공방…결정 과정 '안갯속'
2026-10-08 21:29:05 ㅣ 2026-10-08 21:41:52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를 둘러싼 국정감사가 핵심 증인이 불참한 가운데 여야 간 책임 공방만 반복됐습니다. 제도 도입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출석이 불발되면서 야당인 국민의힘은 '개미 약탈게이트', '바다이야기 시즌2'와 같은 거친 표현을 써가며 공세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위가 상품 도입을 결정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했습니다. 상품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부터 어떤 절차와 판단을 거쳐 제도 도입이 결정됐고 출시 시점이 앞당겨진 경위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 과정과 위험성 검토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입 경위 놓고 여야 공방...'누가 결정했나' 쟁점
 
야당은 제도 도입의 최초 제안자와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였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졌습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청와대 개입 아래 서둘러 도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투자협회 산하 연구원이 2024년 보고서에서는 단일종목 ETF 도입에 부정적이었지만 2025년 보고서에서는 찬성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올해 1월6일 금융위 회의에서 금투협이 관련 상품 도입을 건의했지만 당시 금투협 회원사 가운데 이를 찬성하거나 건의한 곳은 없었다"며 금융위와 금투협이 사전에 공조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또 "1월13일 청와대에서 비공개 회의가 열렸고,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회의를 주도하며 단일종목 ETF 도입 문제를 꺼냈다"며 청와대 지시 여부를 따져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국감장에 나온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청와대 지시가 아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당시 회의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 등을 논의한 자리였으며, 금융위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당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자체를 특정 시점의 정책 결정으로만 보는 데 선을 그었습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과거 정부에서도 관련 상품 도입 필요성이 검토됐고, 해외에서는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이 거래되고 있었던 만큼 국내외 규제 차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출시 이후 시장 관리 문제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은 "당시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정책 비판을 하려면은 '왜 보다 정교하게 피해방지 대책을 처음부터 취하지 않았느냐'에 질문이 집중되는 게 맞다"고 짚었습니다.
 
이와 함께 야당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둘러싼 강한 비판도 나왔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상품을 "주식판을 도박판으로 만든 바다이야기 시즌2"라고 비판했고, 박성훈 의원은 "개미 약탈 게이트"라고 규정하며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관련 인사들의 책임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용범 전 정책실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GSO 등을 포함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한 일반 증인 39명의 채택을 요구했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1일 의결된 정무위 국감 증인·참고인 명단에도 관련 인사는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13일 대통령실 주재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로, 당시 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논의가 이뤄졌다는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습니다. 박 회장 역시 당시 회동설과 제도 도입 과정에서의 이해관계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증인 채택 요구를 받았습니다.
 
결국 '누가 처음 제안했는지', '누가 최종적으로 결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채 금융당국과 여야의 공방만 이어졌습니다.
 
출시 앞당긴 경위·위험성 평가도 논란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관련 제도 도입을 검토한 뒤 올해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5월27일부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단일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상장을 허용했습니다. 당시 당국은 해외에서 허용된 상품에 대한 국내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국내외 ETF 간 규제 비대칭을 해소한다는 취지를 내세웠습니다.
 
제도 도입 일정이 당초 하반기에서 2분기로 변경된 경위 역시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국감에서는 1월 말 금융위 보고 당시에는 하반기 출시로 잡혀 있었지만 3월 관계기관 회의에서 2분기 출시로 변경된 점을 놓고 누가, 언제 출시 시점을 바꿨는지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가 나왔습니다.
 
제도 도입 속도와 사전 위험성 평가의 적정성도 쟁점이 됐습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가 제출한 관련 자료가 신문기사 4건과 자본시장연구원 자료 등에 그쳤다며 사전 검토가 충분했는지 따졌습니다. 특히 금감원 용역으로 작성된 150쪽가량의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투자자 보호장치와 스트레스테스트 없이 강행한 것"이라며 사전 위험성 검토가 충분했는지 따졌습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스트레스테스트라는 용어를 어떻게 따지느냐의 문제"라며 "도입할 때 투자자 위험성과 시장 영향 등을 살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기초 종목이 급락할 경우 손실 폭도 그만큼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6월2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1% 안팎 급락하면서 주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하루 만에 24%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억원 위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나타난 부작용과 관련해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다"며 사과했지만, 정작 금융위 내부에서 누가 책임을 졌거나 징계를 받았는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장께서 직접 사과하셨는데 이 건으로 징계받거나 문책받은 사람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고, 금융위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권대영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현재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점도 거론됐습니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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