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 공유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권에서 해킹과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입니다. 금융지주의 데이터 활용과 인공지능(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 간 정보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정보 공유 확대에 따른 보안 리스크를 우선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고객 정보 공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관련 법규에 따라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지만 이용 목적과 범위 등에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8월 금융지주 계열사 내 정보 공유 제한과 데이터 결합 기준 등 기존 규제를 합리화하고, 계열사나 전략적 제휴사가 개인 신용정보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 공동활용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보 활용 목적과 대상 정보, 관리 책임 등을 고객에게 사전에 명확히 알리면 계열사나 제휴사가 공동 이용자로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금융사들이 계열사별로 흩어진 정보를 결합·분석해 인공지능(AI) 기반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대안신용평가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2014년 카드 3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고객 정보 공유 규제가 강화된 바 있습니다. 계열사 간 고객 정보 제공은 신용위험관리와 내부통제, 고객분석·상품개발 등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 제한됐고, 상품 권유나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금지됐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이 10여년간 유지돼 온 정보 공유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기존에는 같은 금융그룹 안에서도 고객 정보를 영업 목적으로 자유롭게 결합·활용하기 어려웠지만, 새 제도가 도입되면 일정한 요건하에 계열사나 전략적 제휴사가 개인 신용정보를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에서 외부 해킹에 따른 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정보보호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입니다. 계열사 간 개인 신용정보의 공동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정보 접근 권한과 관리 책임이 복잡해지고, 한 계열사에서 발생한 보안 문제가 다른 계열사로 확산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위는 신용정보법 개정을 위한 실무 논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법 개정 전이라도 요건을 갖춘 사업에 대해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제도 개선 방향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사고가 있었던 만큼 정보 공유 등에 따른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보안 목적 AI 활용을 위한 '2차 망 분리 규제 완화' 일정을 미룬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당초 7일 2차 망 분리 규제 완화 참여 금융회사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금융권 해킹 사고 수습과 긴급 보안점검 등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습니다. 당국은 망 분리 규제 완화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진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서두르기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AI를 비롯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위해 데이터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업계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계열사 간 정보 공유 확대 역시 데이터 활용이라는 정책 목표와 소비자 정보보호라는 과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만큼 이전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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