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조달 막힌 SK하이닉스…‘특구법 특혜’ 극복 관건
사 측 “생산 확충 재원조달 지속 모색”
증손회사 자금 유치 길은 여당 ‘초광역특구법’으로 압축
공정거래법 훼손·공공 리스크 전가 넘어야
2026-10-23 14:19:22 ㅣ 2026-10-23 14:19:22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을 포기하면서도 신규 시설투자를 위한 재원 조달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해외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 길이 막힌 상황에서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앞둔 지주사 손자회사 SK하이닉스가 외부 자금을 유치할 방안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초광역특구법’으로 압축됩니다. 하지만 특정 재벌을 위해 공정거래법 원칙을 허문다는 특혜 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입니다.
 
SK하이닉스는 23일 솔리다임 상장 검토 중단을 발표하면서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이 달라졌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인 만큼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자금 조달이 중단되면서 전사적인 반도체 설비투자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중복상장 논란이 없는 ‘비상장 합작 투자’가 불가피해졌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자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SK하이닉스)가 국내에 증손회사를 둘 때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강제합니다. 이 족쇄를 푸는 유일한 통로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안)’입니다.
 
법안은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출자를 받아 특구 내 반도체 업종의 공동출자법인(증손회사)을 설립할 경우 의무 지분율을 100%에서 50% 이상으로 낮춰주는 특례를 담았습니다. 또한 해당 합작법인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해 손자회사에 빌려주는 금융리스업을 영위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금융업으로 보지 않도록 금산분리 예외도 적용합니다.
 
특히 이 법안은 합작법인이 ‘국내외 상장회사가 아닐 것(비상장 유지)’을 필수 조건으로 내걸어 솔리다임 사태에서 불거진 중복상장 우려를 차단합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해 첨단산업 투자의 물꼬를 트고 미래 산업의 성장 수혜를 국민에게 고루 전달한다는 모델은 애초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던 구상입니다.
 
그러나 정책 명분에도 불구하고 입법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당장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삼성전자는 해당하지 않는 조항을 신설해, 사실상 SK그룹 한 곳만을 위해 총수 일가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금산분리라는 공정거래법의 대원칙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투자 위험과 수익 배분의 불균형 문제도 설득해야 할 과제입니다. 합작법인이 공장을 지어 SK하이닉스에 빌려주는 구조에서는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초기 투자비 부담 없이 영업이익 대부분을 가져가지만, 첨단전략산업기금은 금융리스료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 반도체 업황이 침체기에 들어서면 막대한 손실 위험을 공적 기금이 떠안게 되는 만큼, 국민적 공감대와 정책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자금 조달의 선결 과제로 지목됩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중요 산업을 지원하고, 지방주도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 정부의 주요 과제임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정책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그 수단까지 모두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어 “특정 정책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일부 기업에 특혜를 제공한다면, 지주회사 등 경제력집중에 관한 규율은 규범력을 잃게 되고,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도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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