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규의 피지컬 AI)뉴스는 로봇을 알린다, 시민은 그 뉴스를 따져 읽어야 한다
제30회/ 최홍규 연구위원(EBS)·미디어학 박사
2026-10-22 13:57:07 ㅣ 2026-10-22 13:57:07
최홍규 연구위원(EBS)/ 미디어학 박사
 
로봇과의 첫 만남은 많은 시민에게 현장이 아니라 기사다.
 
로봇을 한 번도 만져 보지 못한 시민을 가정해 보자. 그의 머릿속 로봇은 곁에서 돌보고 거드는 존재일 수도 있고,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 그림을 그려 준 것은 로봇이 아니라 뉴스다. 기사는 성능표보다 이야기로 로봇을 전한다. 어떤 장면을 앞세우고 누구의 말을 빌리느냐에 따라 같은 로봇도 다른 얼굴로 전해진다. 언론학은 이렇게 어떤 면을 앞세워 전하는 방식을 프레임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로봇 기사는 어떤 프레임으로 쓰이고 있으며, 그 프레임은 읽는 사람의 판단을 얼마나 움직일까. 두 편의 연구가 이 물음을 하나씩 맡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Universitat Autònoma de Barcelona), 멕시코 몬테레이공과대학교(Tecnologico de Monterrey) 등이 포함된 연구팀은 2026년 9월 발표한 논문에서 먼저 뉴스 쪽을 들여다보았다. 연구팀은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전해진 라틴아메리카 뉴스 404건을 모아, 말과 시선과 몸짓으로 사람과 소통하도록 만든 사회적 로봇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분류했다. 가장 흔한 프레임은 돌봄과 지원으로, 뉴스의 50.5%를 차지했다. 위험이나 위협을 앞세운 뉴스는 2.5%, 윤리 논쟁을 앞세운 뉴스는 2.0%에 그쳤다. 논조는 긍정이 44.6%, 긍정과 부정이 섞인 양면적 논조가 44.8%로 비슷했고, 부정은 4.0%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이야기가 어디서, 누구의 입을 빌려 나오는지도 살폈다. 로봇이 등장하는 맥락은 연구와 실험 현장이 36.1%로 가장 많았고, 의료와 돌봄 현장이 27.2%로 뒤를 이었다. 뉴스에 목소리를 빌려준 사람이나 기관을 취재원이라 한다. 뉴스의 절반은 여러 취재원을 함께 인용했다. 나머지 가운데 기업을 중심 취재원으로 삼은 뉴스는 전체의 23.8%, 과학자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삼은 뉴스는 16.3%였다. 이용자와 시민을 중심으로 삼은 뉴스는 2.7%, 정부는 0.7%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두 가지로 해석했다. 로봇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뉴스가 로봇을 접하는 주된 창구가 되고, 기업과 전문가의 목소리 위주로 짜인 뉴스는 혁신 중심의 이야기를 키우고 다른 시각이 들어설 자리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임이 읽는 사람의 판단을 움직이는지는 실험이 답할 수 있다. 독일 아헨공과대학교(RWTH Aachen University) 연구팀이 2026년 2월 이를 알아본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독일 취업 인구의 연령과 성별 구성에 맞춘 1000명 넘는 사람을 무작위로 나누어, 생산 현장의 협동로봇을 다룬 짧은 신문기사를 한 편씩 읽게 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함께 일하도록 만든 로봇이다. 읽게 한 기사는 연구팀이 직접 쓴 가상의 글이다. 일자리, 노동자의 자율성, 안전이라는 세 주제를 각각 이익을 앞세운 긍정 프레임과 위험을 앞세운 부정 프레임으로 썼다. 안전을 다룬 기사는 한쪽은 심각한 부상이 30% 줄어들 수 있다고, 다른 쪽은 30% 늘어날 수 있다고 썼다.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은 협동로봇이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이로운지, 결국 일터에 두기에 좋은 존재라고 보는지를 답했다. 마지막 답을 전반적 평가라 하자.
 
먼저 확인된 것은 평가의 높낮이다. 긍정 프레임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부정 프레임 기사를 읽은 사람들보다 협동로봇을 덜 위험하고 더 이로운 존재로, 전반적으로 더 좋게 보았다. 통계적으로 가장 뚜렷했던 것은 위험에 대한 평가였다. 짧은 기사 한 편이 만든 차이여서 폭은 크지 않았지만 우연이라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평가의 높낮이뿐 아니라 위험과 이익을 느끼는 정도가 전반적 평가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살폈다. 긍정 프레임 기사를 읽은 집단에서는 위험을 크게 느낄수록 평가가 낮고 이익을 크게 느낄수록 평가가 높았다. 위험의 크기에 따라 이익의 영향이 달라지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위험이 있어도 이익이 크면 그만큼 평가가 올라가는 양상이었다. 부정 프레임 기사를 읽은 집단은 달랐다. 위험을 크게 느낄수록 이익이 평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약해졌다. 연구팀은 부정 프레임 아래에서는 위험을 크게 느끼면 큰 이익도 그 위험을 상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해석했다.
 
두 연구는 지역도, 다루는 로봇도 다르다. 그래도 필자는 여기서 두 가지를 짚고 싶다. 첫째, 뉴스가 전하는 것은 로봇 자체가 아니라 로봇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라틴아메리카 뉴스는 로봇을 돌보고 돕는 존재로 그렸고, 배경은 연구와 실험 현장이 가장 많았으며, 목소리는 기업과 전문가 쪽에서 나오는 일이 잦았다. 시민의 목소리는 드물었다.
 
둘째, 읽는 사람은 그 소개 방식에 따라 로봇을 판단한다. 독일 실험에서 긍정 프레임 기사는 로봇을 좋게 보게 했고, 부정 프레임 기사는 위험을 크게 느끼게 하며 이익이 평가를 끌어올리는 힘을 약하게 했다. 뉴스는 로봇에 대한 정보를 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로봇을 어떻게 판단할지까지 건넨다.
 
이를테면 돌보고 돕는 로봇의 이야기만 읽어 온 시민이 어느 날 위험을 앞세운 로봇 기사를 읽는다고 하자. 독일 실험에서 나타난 판단 방식이 로봇의 종류가 달라도 이어진다면, 위험이 먼저 보이는 순간 이익이 로봇을 좋게 보게 하는 힘은 약해질 수 있다. 쌓아 온 호의가 기사 한 편에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뉴스와 교육이 각자 맡을 일이 있다. 뉴스는 로봇을 연구와 실험 현장 밖으로 데려가야 한다. 로봇이 실제로 일하는 병원과 매장과 거리에서 그 곁의 노동자와 앞을 지나는 시민을 취재원으로 세워야 한다. 잘 되는 장면과 함께 어떤 조건에서 멈추는지, 사고가 나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기사에 담아야 한다.
 
뉴스가 균형을 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이 어떤 기사를 만날지를 뉴스가 다 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사를 따져 읽는 힘은 읽는 사람이 길러야 하고, 그 힘을 기르는 자리가 교육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로봇 기사를 함께 읽을 때 세 가지를 묻게 하면 된다. 이 기사는 누구의 말을 옮겼는가. 이 로봇은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가. 이 기사에 나오지 않은 사람은 누구인가. 같은 사건을 이익 중심으로 한 번, 위험 중심으로 한 번 고쳐 쓰게 해 보는 것도 좋다. 같은 사건이 프레임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순간을 아이들이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알리는 일은 독자를 관객으로 두고, 따져 읽는 힘을 기르는 일은 독자를 질문하는 사람으로 세운다. 로봇이 빠르게 들어올수록 뉴스의 일은 새 로봇을 알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알려진 로봇을 시민이 따져 읽도록 돕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로봇의 성능은 만드는 쪽이 높이고, 안전은 제도가 지킨다. 그러나 그 로봇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시민이 정한다. 따져 읽는 힘은 기사를 많이 읽는다고 길러지지 않는다. 기사가 말하지 않은 것을 찾아보는 연습에서 길러진다.
 
로봇과의 첫 만남이 기사라면, 오늘 우리가 읽은 그 기사는 누구의 입을 빌려 우리에게 왔는가.
 
최홍규 연구위원(EBS)/ 미디어학 박사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