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주주가 일회성 위임장을 써준 주주들의 지분을 의결에 활용한 사정만으로는 ‘5% 룰’에 따른 대량보유 보고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단순한 의결권 위임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한 합의는 구별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소액주주 4명이 코스닥 상장 반도체 회사 멜파스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무효 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각하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0일 확정했습니다.
사건은 멜파스의 경영권 분쟁에서 시작됐습니다. 멜파스 주주인 청운파트너스와 주주 2명은 법원의 소집 허가를 받아 2022년 11월1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었습니다. 주총에서는 정관 변경과 기존 이사·감사 해임, 새 이사·감사 선임 등의 안건이 다뤄졌습니다.
세 주주는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멜파스 전체 발행주식의 약 2.3%였습니다. 청운파트너스 등은 다른 주주들에게 위임장을 받아 의결권을 행사했습니다. 주총에서는 이사·감사 교체 등의 안건이 가결됐습니다.
멜파스가 주총 결과를 공시하자, 소액주주들은 이를 무효화해 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청운파트너스 등이 보유한 주식과 위임받은 주식을 합하면 지분이 5%를 넘어 대량보유 보고의무가 발생하는데, 이들이 보고의무를 위반해 의결권이 제한돼야 하는데도 주총 결의가 이뤄졌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입니다.
자본시장법은 상장회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유 현황 등을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본인뿐 아니라 특별관계자의 보유분도 합산합니다.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한 ‘공동보유자’도 특별관계자에 포함됩니다. 보고의무를 위반하면 5% 초과분 중 위반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됩니다.
1·2심은 소액주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의결권 위임이 이번 임시주총만을 대상으로 했고, 주주들이 위임을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었던 만큼 의결권 공동행사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위임한 주주들의 지분까지 합산해 대량보유 보고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들이 만약 특정 주주와의 '공동보유자'로 해석된다면 '5% 룰'의 적용을 받는 '특별관계자'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위임 주주들이 철회할 수 있는 위임장을 써준 것에 불과해, 공동보유자가 되지 않아 5%룰에 따른 보고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공동보유자가 되려면 단순히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외형만이 아니라 의결권 또는 의결권행사의 지시권을 공동으로 행사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며 "주주가 특정 주주총회를 위해 일시적이고 철회 가능한 방식으로 의결권 행사를 대리, 위임했다는 사정만으로 '합의'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