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증권사…주주환원 요구엔 '고심'
자기자본 확대 잇따라…종투사·발행어음 인가 문턱 넘어
이찬진 "기업가치 제고 모범돼야"…증권가 "사회적 책임 무거워"
2026-10-05 12:32:00 ㅣ 2026-10-05 15:25:02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자본력이 자금조달과 기업금융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만큼, '실탄' 확보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한 증권업계의 자본확충 규모는 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기업별로는 작년 한 해 동안의 4조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세부적으로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조7000억원, 1조5000억원, 1조원의 자기자본 규모를 늘렸고, NH투자증권과 한양증권도 4000억원,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을 통해서는 메리츠증권이 6650억원,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각각 5000억원, 키움증권이 4000억원을 발행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과 iM증권은 금융지주의 인수를 바탕으로 2000억원씩 조달했고 DB금융투자는 1500억원, 대신증권은 140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9월 들어서는 하나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3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한화투자증권이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최대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예고했습니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 배경에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사업 영역이 있습니다. 2년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연속으로 충족하면 종합금융투자회사(종투사)로 지정받을 수 있습니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100%에서 200%로 늘어나는 등 기업금융 업무 범위가 커집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부터는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합니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단기금융상품입니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 등에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어 IB사업 경쟁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삼성증권, 메리츠증권을 포함해 현재 9개사가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은 IMA 사업을 취급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3곳만 IMA 업무가 가능합니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금융 당국의 요구를 만족하면서 사업 확장도 병행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조하는 금융당국 기조에 따라 발행어음과 IMA 조달액을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하는 비율이 현행 10%에서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지는데, 동시에 주주환원 확대에도 부응하려면 자본 배분의 우선순위를 인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0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하는 상반기 순익 등을 거론하며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주문했습니다. 증권사들이 최근 1년간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안의 자사주 의무 소각 기조에 맞춰 주주환원 정책을 대폭 강화했으나, 증시 호황에 따른 과실이 커지면서 더 진전된 조치들을 요구한 겁니다. 
 
이 원장은 "최근 증권업계에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이 일부 있었지만, 여전히 시장 눈높이에는 부족하다"면서 "일반 기업에 배당 등 주주환원과 관련해 기준점을 제시해 기업가치 제고의 모범이 돼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경영진들은 "증권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책임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공감을 표했는데요. 증권업계에서는 "당국의 요구는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사실상 추가 조치들을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업황의 등락을 고려하지 않고 주주환원만을 부각하는 것은 자본 운용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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