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자격증이 ‘국민 자격증’처럼 불리던 때가 있었다. 고령사회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늘었고,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가 일상으로 들어온 지금, 다음에 주목할 교육과 직업 영역은 무엇일까. 요즘 ‘AI 지도강사’를 떠올려 본다. 그렇다고 AI 강사가 앞으로 새로 생겨날 직업이라는 뜻은 아니다. 사실 AI 강사는 이미 있다. 아직 ‘AI 강사’라는 이름으로만 불리지 않을 뿐이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강사가 생겼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스마트폰 활용을 가르치는 수업이 생겼다. 지금은 이들이 정보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AI까지 가르치고 있다. 특히 복지관에 가보면 이런 변화를 쉽게 볼 수 있다. 복지관은 어르신들에게 일종의 학교다. 스마트폰 사용법에서 키오스크 이용법으로, 이제는 ChatGPT나 Gemini 같은 AI 활용법으로 수업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AI라는 말도 낯설지 않다. “AI가 이것도 해준다더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한편으로는 “그런 것을 믿어도 되느냐”는 걱정도 나온다.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AI에 대한 기대와 불안은 이제 어렵지 않게 나누는 이야기가 됐다.
현장에서 가까이 지켜보면 AI 교육의 문턱은 생각보다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초등학생과 복지관 어르신이 같은 수준으로 AI를 활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두 세대 모두 AI를 접하고 배우는 기회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오히려 중·고등학생들은 학교와 학원 공부에 쫓겨 AI를 제대로 배울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앞으로 AI 교육의 대상은 훨씬 넓어질 수 있다. 직장인에게는 보고서와 자료 정리, 소상공인에게는 홍보와 고객 응대를 쉽게 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다. 시력이 약하신 어르신들에게는 병원이나 교통·행정 정보를 쉽게 찾는 것부터 AI를 활용할 수 있고, 앞으로는 AI 가전이나 돌봄기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배워야 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의 기능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다. 각자의 생활에서 AI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찾아주는 사람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메뉴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과는 다른 교육이 필요해지는 셈이다.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요즘 로봇청소기는 사람이 묻는 말에 제법 대답도 한다. 청소만 하는 기계인데도 어느 순간 가족처럼 느껴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에게 이름을 하나 지어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문득 앞으로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지금은 바닥을 청소해주는 로봇이지만, 머지않아 돌봄 로봇이 간단한 집안일도 돕고, 필요한 정보도 처리해 주고, 혼자 있는 사람의 말벗이 되어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자식 대신 소소한 일상을 챙겨주는 동반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오면 로봇이 아무리 똑똑해도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비싼 기계일 뿐이다. 누군가는 “이것을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라고 알려줘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AI 지도강사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AI 강사는 지금의 컴퓨터 강사나 정보화 교육 강사의 연장선에서 돌봄의 영역 안에 들어올 것이다. 새로운 자격증 하나가 갑자기 만들어져 거대한 시장이 생긴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정보화 교육의 영역이 AI를 만나 조금씩 커지는 것이다.
AI 지도강사를 당장 제2의 요양보호사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과 장기요양보험이라는 제도적 기반이 있고, 자격 취득이 실제 일자리와 연결되는 구조가 갖춰져 있다. 반면 AI 지도강사는 자격증 하나를 취득한다고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름만 그럴듯한 민간자격증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요양보호사가 사람의 손으로 사람을 돌보는 직업이라면, AI 지도강사는 사람과 새로운 기술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새로운 AI 일자리는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아직 그것을 어떤 이름으로 부를지 정하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