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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거버넌스 11시간 전

미국 패권의 위기, 진원지는 워싱턴 안에 있다- 민주주의와 MAGA 그리고 트럼프

미국 쇠퇴론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1957년 스푸트니크 충격, 1970년대 베트남전 패배와 석유파동, 1980년대 '일본 추월론', 2008년 금융위기 때마다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리고 매번 미국은 반등했다. 그래서 쇠퇴론은 종종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이 다르다.

과거 쇠퇴론의 주인공이 소련, 일본, 중국 같은 외부 도전자였다면, 지금 논쟁의 중심에는 미국 내부의 정치가 있다.

과거 위기 때는 "미국이 세계 질서를 이끌어야 한다"는 초당적 합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합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균열의 징후는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2016년 평가부터 미국을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했고, 프리덤하우스와 V-Dem 연구소도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고해 왔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헌법 조문보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불문율이며, 미국에서 이 규범이 오래전부터 약해져 왔다고 진단했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건은 그 균열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같은 사건을 두고 사실 인식마저 갈라졌다는 점이다.

MAGA 운동은 이 균열 위에서 자랐다.

데이비드 오터 등의 '차이나 쇼크' 연구는 세계화가 미국 제조업 지역에 남긴 상처를, 앤 케이스와 앵거스 디턴의 『절망의 죽음』은 저학력 백인층의 붕괴를 보여준다. 여기에 급격한 가치 변화에 대한 문화적 반발, 이라크전과 금융위기를 거치며 쌓인 엘리트 불신이 더해졌다.

MAGA의 역설은 마가운동이 미국이 설계한 질서에서 소외된 미국인들이 바로 그 질서를 거부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2기는 이 흐름을 정책으로 옮기고 있다.

광범위한 관세, 세계보건기구와 파리협정 탈퇴, 국제개발처(USAID) 해체는 미국이 스스로 쌓은 제도적 기반을 허무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2025년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은 재정 기반의 약화를 상징한다. 다만 재정 악화는 양당 정부에서 누적된 문제이기도 하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MAGA 지지자들은 이것이 패권의 포기가 아니라 패권의 비용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본다. 2025년 NATO가 국방 관련 지출을 GDP 5%까지 늘리기로 합의한 것은 동맹 압박이 성과를 낸 사례로 꼽힌다. 마이클 베클리는 『무적(Unrivaled)』에서 GDP 같은 총량 지표가 아니라 순자원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오히려 크다고 주장하며. 중국이 인구 고령화, 성장 둔화, 부채 문제로 이미 정점에 도달했거나 근접했으며, 그래서 오히려 단기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1970년대, 1980년대, 2008년의 쇠퇴론을 모두 극복한 미국의 현재를 볼 때, 정치 체제는 혼란스러워 보여도 그 혼란 자체가 자기 교정 메커니즘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결국논쟁의 핵심은 미국이 약해졌느냐가 아니라 미국이 자신의 힘을 국제질서를 위해 쓸 의지와 국내적 합의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트럼프는 구조적 균열의 산물이자, 동시에 그 균열을 넓히는 행위자다.

한국은 개방적 무역 체제 속에서 수출로 성장했고, 한미동맹을 안보의 근간으로 삼아 왔으며, 민주화 과정에서도 미국 민주주의를 하나의 준거점으로 삼았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질서의 설계자"에서 "거래하는 강대국"으로 바뀐다면,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동맹이 가치의 공동체에서 거래의 계약으로 바뀌는 시대, 4년마다 방향이 바뀔 수 있는 파트너와의 관계를 대통령과 연방정부에게만 맡길 수 없다. 오히려 의회와 주정부, 기업과 시민사회로 넓히는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불문율은 모든 민주주의가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교훈도 되새길 때다.

미국 패권의 미래는 베이징이나 모스크바보다, 어쩌면 미국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답의 일부는 다가오는 2026년 중간선거에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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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내 마가세력.jpg

(사진과 그래픽 출처=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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