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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미 거버넌스 어제

박물관을 국민에게 돌려준 사람

천운 같은 행운이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께서 직접 설명해 주시는 특별기획전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생각보다 큰 키에 적잖이 놀랐고, 멋스러운 양복 차림과 힘 있는 목소리는 또 한 번 인상적이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그의 팬이 되었고, 그 분이 글뿐 아니라 해박한 지식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특유의 입담이 유명한 명강사라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그 모습과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유홍준 관장이 야인 시절 수많은 답사여행으로 대중을 우리 역사에 탐사자가 되도록 이끌었는데, 단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직접 설명을 들으며 달랠 수 있었다. 유물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과 사람의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하는 순간, 축적된 기반 위에 사람을 박물관으로 끌어들이는 문화적 언어를 더한 인물로서 그의 역할은 분명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의 놀라운 변화를 보면 나만 이런 경험을 한 것이 아닌 듯하다. 2025년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650만7,483명을 기록했다. 1945년 개관 이래 최대 관람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국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페이퍼》의 ‘2025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조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3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립박물관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다.

국립박물관의 역사는 1909년 대한제국 황실이 창경궁에 문을 연 제실박물관에서 시작됐다. 광복 후 1945년 국립박물관이 개관했고, 여러 차례 이전과 개편을 거쳐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세계적 규모의 박물관으로 발전할 기반을 마련했다. 훌륭한 건물과 귀중한 유물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박물관이 ‘보존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즐기는 곳’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유물을 오늘의 언어로 해석하고 대중과 연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유홍준 관장의 역할을 주목한다.

그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전문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미술사와 문화유산을 대중의 언어로 바꾸어 놓았다. 어려운 문화재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고, 유물 하나에도 역사와 인간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그가 국립중앙박물관의 책임자가 되어 ‘문화유산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그의 오랜 철학을 박물관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에서 실천하는 중이다.

상설전시를 단순히 늘어놓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유의 방’, ‘외규장각 의궤실’ 등 주제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를 마련했고, 디지털실감영상관과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 등을 통해 관람객의 경험도 다양화했다. 특별전 역시 ‘우리들의 이순신’이 40만 명 이상, 빛을 수집한 사람들’이 23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눈여겨볼 것은 젊은 세대를 박물관의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로 끌어들인 변화다. 2025년 처음 열린 ‘국중박 분장놀이’는 청년들이 박물관 유물을 모티프로 직접 분장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참여형 행사였다. 2026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소속 박물관을 합쳐 전국 14개 국립박물관으로 확대됐다. 2026년 전국편에는 무려 275팀, 643명이 참가했다. 박물관이 더 이상 유리 진열장 안의 유물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공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문화상품 ‘뮷즈’까지 더해져 문화유산을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즐기고, 사진을 찍어 SNS에서 공유하는 새로운 문화 소비가 만들어지고 있다. 해외 관광객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이 필수 방문 코스로 떠오르는 이유도 K-pop과 K-드라마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제 “한국은 어떤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일까?”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유홍준 관장 한 사람의 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직접 그를 만나 설명을 들었던 그날을 떠올린다. 책에서 읽고 영상에서 보던 문화유산 이야기를 눈앞에서 듣고 있자니 ‘박물관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유물이 아니라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두게 되었는지” 그에게 직접 물었다. 그는 모든 것이 박물관의 훌륭한 연구자와 직원들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그 공을 돌렸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재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박물관 안에 잠든 과거일 뿐이다.

이제 박물관을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만나러 가는 곳’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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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마토 P · 어제

멋진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자국민보다 해외분들이 더 찾을 정도로 세계인들에게조차 멋지고 훌륭한 우리 조상의 유산들이 숨쉬는곳이죠.

성
성하기 G · 어제

국중박이 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뤄냈군요. 세계1위 박물관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