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 지명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굳이 비례대표 겸직 논란을 예측했으면서도 왜 용혜인이었는가에 대한 답은 아직 명확치 않다. 오히려 비례대표 제도의 틈새를 활용해 두 번이나 비례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용혜인 의원 행보의 논란만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 독식이라는 한국 정치의 척박한 지형 속에서, 소수정당이 원내에 진입하고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었음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당과 용혜인 의원이 지난 6년간 원내정당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노동과 복지, 사회적 약자를 향한 의제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진보적 목소리를 내며 의정 활동에 매진해 왔다는 점이다. 장관 지명 후 그간 용혜인 의원이 열정적으로 임해온 의정활동까지 폄훼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애초 용혜인 의원이 장관 후보 지명을 거절했으면 어떨까는 나의 순진한 상상이겠고, 지명 이후 후보의 국회의원직 사퇴를 놓고 예상대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실망과 비정함을 느끼는 지점은 이 사태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태도다. 이번 논란의 더 큰 책임은 사실 거대 여당에 있다. 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기형적 연대의 주체이자 원인 제공자였다. 또한 기본소득당 몫으로 승계당선된 최혁진 의원의 당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원칙에 맞게 깔끔히 정리했더라면 지금의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소수정당과의 연대 과정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아 사태를 복잡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막상 입각 이후 여론의 역풍이 불자 연대했던 동지에게 모든 책임과 비난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언사들 역시 정치적 동반자에 대한 기본 예의를 벗어나 있다. 송영길 의원의 "강을 건너는 누(gnu) 떼가 다 살아서 건너는 것은 아니다"라는 인식은 정치적 약자를 거대 정당의 공학적 목적을 위해 언제든 희생시킬 수 있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민주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사퇴 압박 또한 정치적 연대가 마땅히 가져야 할 신의와 책무를 저버린 행동이다.
장관직을 위해 의원직을 던지는 순간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으로 밀려나며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소수정당이 어렵게 확보한 원내 거점을 한순간에 잃게 만드는 압박은 연대의 도의에 맞지 않는다. 용 후보자 역시 거대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에 휩쓸리기보다는 진보 정치인으로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소수정당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비윤리적인 압박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용혜인 후보자 또한 장관이라는 입각의 기회에 연연하기보다, 소수정당의 자산을 지키며 제도권 안에서 진보적 가치를 계속 피력해 나가는 정치인의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용혜인 의원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업무를 수행하는 것에는 반대만 하지는 않는다. 청문절차를 통해 자신을 입증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장관자리를 위해 기본소득당을 외면하는 순간 차디찬 비판자로 돌아설 것이다. 당찬 젊은 정치인 용혜인이 부디 여당의 압박 속에서도 진보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본분과 가치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